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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 된 아들과 여행을 다니다 보면 가장 먼저 드는 고민은 어디를 갈지가 아니라 같이 가줄지입니다. 예전에는 어디든 따라다니던 아이가 이제는 사람이 많은 축제나 행사 이야기를 꺼내면 귀찮다는 표정을 먼저 짓곤 합니다. 그래서 올해 진주성 미디어아트 축제도 사실 큰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습니다. 미디어아트가 시작하기도 전에 집에 가자고 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차 안에서 아들이 한마디를 하더라고요. "내 사진만 안 찍으면 갈게." 그 말이 웃기기도 했지만, 예전처럼 엄마가 시키는 대로 따라다니는 아이가 아니라 자기만의 기준이 생긴 중학생이 되었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진주성 여행은 예상보다 훨씬 오래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비 오는 진주성은 산책만으로도 충분히 좋았습니다

축제 기간에는 입장료를 받지 않아 부담 없이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정문으로 들어가 진주성 안을 천천히 걸으며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는데도 사람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우산을 쓴 사람들이 성곽길을 따라 걷는 모습이 오히려 운치 있게 느껴졌고, 비에 젖은 돌길과 나무들이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진주성은 아이와 함께 산책하기에도 좋은 곳이었습니다. 성벽을 따라 걷다 보면 남강 풍경도 보이고, 중간중간 쉬어갈 수 있는 공간도 있어 오래 걷는 것이 힘들지 않았습니다. 예전에는 아이 손을 꼭 잡고 다녔는데 이제는 나란히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더 많아졌습니다. 여행 방식도 아이가 크면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들은 사진 찍는 건 여전히 싫어했지만 풍경은 유심히 바라보더라고요. "생각보다 괜찮네."라는 말을 듣는 순간 괜히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많다고 싫어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잘 따라와 주는 모습이 고마웠습니다.
모두가 숨죽여 바라본 국사유산미디어아트

미디어아트는 10분 상영 후 10분 휴식을 반복하며 총 9회 진행되었습니다.
- 1회 19:40~19:50
- 2회 20:00~20:10
- 3회 20:20~20:30
- 4회 20:40~20:50
- 5회 21:00~21:10
- 6회 21:20~21:30
- 7회 21:40~21:50
- 8회 22:00~22:10
- 9회 22:20~22:30
저희는 1회 저녁 7시 40분 상영을 봤는데, 7시 20분쯤 후문에 가서 영상이 상영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었는데도 자리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많아 조금 일찍 도착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디어 음악이 흐르고 성벽 전체가 거대한 화면처럼 변하는 순간 모두가 조용해졌습니다. 웅장한 영상과 음악이 진주성 성벽을 가득 채우는데 사진으로는 절대 다 담기지 않을 만큼 압도적인 분위기였습니다.
특히 제가 방문한 날이 광복절이라 그런지 감정이 더 깊게 다가왔습니다. 단순히 화려한 영상이 아니라 역사적인 장소에서 광복절을 맞아 영상을 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속에 묵직한 울림이 전해졌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린아이부터 어른들까지 모두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고, 평소 산만한 편인 아들도 휴대폰을 내려놓은 채 끝까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런 풍경도 아이 기억 속에 오래 남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문 전에 알면 좋은 팁

- 축제 기간에는 무료 입장이 가능했습니다.
- 사람이 많으니 상영 시작 20~30분 전에 미리 이동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 비 오는 날에도 관람객이 많아 우산보다 우비가 더 편했습니다.
- 상영은 10분 진행 후 10분 휴식을 반복하므로 원하는 시간대를 미리 확인하면 좋습니다.
진주성이라서 더 특별했던 밤

미디어아트를 다 보고 나오면서 남강을 따라 다시 걸었습니다. 비가 조금씩 내리는 밤공기와 조명이 비친 성곽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화려한 축제도 좋지만 역사적인 공간에서 즐기는 야간 행사는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들에게 오늘 어땠냐고 물어보니 "생각보다 재밌었어."라는 짧은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표현은 짧았지만 끝까지 함께 걸어주고 집중해서 미디어아트를 봤다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충분했습니다.
이번 진주성 미디어아트 축제는 단순히 야경을 보러 간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을 귀찮아하던 아들이 끝까지 함께 걸어준 것, 광복절이라 더 깊게 다가왔던 미디어아트, 그리고 비 오는 진주성의 풍경까지 모두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아이와 함께 사진을 많이 남기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같은 풍경을 함께 바라보고 같은 순간을 기억하는 것이 더 소중해졌습니다. 아이는 점점 커가고 여행 방식도 달라지고 있지만, 이렇게 함께 걸었던 밤의 추억만큼은 오래 간직하고 싶습니다. 다음에도 아이가 "같이 갈게."라고 말해 준다면 저는 또 기꺼이 함께 걸어보고 싶습니다.